[인터뷰①] '톡톡' 오정택 "강박증 치료보다 중요한 건, 곁에 있는 누군가"

연극 '톡톡' 대칭집착, 선 공포 지닌 밥(BOB) 역 오정택
초-재-삼연 배우들 뭉쳐 특별한 시너지 발산
강박증 치료보다 중요한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

김은정 기자 승인 2019.12.01 22:31 | 최종 수정 2019.12.03 18:23 의견 0

[이뉴스데일리 김은정 기자] 사람에게 때가 있다면, 그의 시간은 지금이다. 올해 쉴 틈 없이 무대에 오르며 여러 모습을 보여준 그는 새로운 것을 깨달아가며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한다. 깊고 풍부해진 감정으로 표현의 폭을 넓혀가는 배우 오정택의 이야기.

배우 오정택은 지난 11월 21일 대학로 티오엠 2관에서 개막한 연극 ‘톡톡’에 출연 중이다. ‘톡톡’은 뚜렛증후군, 계산벽, 질병공포증, 확인강박증, 동어반복증, 대칭집착증 등 다른 강박증을 가진 6명의 환자가 강박증(Troubles Obsessionnels Compulsifs, TOC) 치료의 최고 권위자인 스텐 박사에게 진료를 받기 위해 모이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은 작품이다.

오정택은 대칭집착증과 선 공포증을 지닌 밥(BOB)을 연기한다. 개막 후 열흘이 흐른 현재 ‘톡톡’ 무대로 돌아온 소감을 물었다.

“겨울에 이 작품을 하면 따뜻한 느낌이 든다. 지금도 온기를 느끼며 기분 좋게 무대에 서고 있다. 이번 시즌에는 초-재연과 삼연 팀이 섞였는데, 굉장히 의미 있고 재미있다. 무대에서도 새로운 것들이 많이 표현되고 있다.”

지난 2017년에도 밥으로 분했던 그에게 2년 전과 달라진 점이 있는지 궁금했다.

“달라진 건 없다. 가장 큰 건 초-재연, 삼연 팀이 섞인 거다. 매 장면 날을 세우고 있다. 연습 때도 몰랐던 시너지가 무대 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더 집중하고 있다. 배역이나 개인적 변화는 아니지만 극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밥은 대칭집착증과 선 공포증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대칭집착증은 선호하는 것에 가깝고, 선 공포증은 기절할 정도로 거부감을 보인다. 밥을 연기하는 오정택은 증상의 발현 이유를 무엇이라 생각하고 있을까.

“극 중에도 나오는데, 벵상이 서로 치료를 하기 직전에 한 번 말리면서 이런 말을 한다. ‘갑자기 생긴 병이니,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맥락에서 밥의 증상은 생활하면서 갑자기 생긴 병이라고 생각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여섯 인물이 지닌 강박증은 누구나 일상에서 겪을 법한 일들이라는 생각도 든다.”

오정택은 이번 시즌 ‘톡톡’ 프로그램 북에서 “긍정적인 사고에 집착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인지 물었다.

“지금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자연스러운데, 과거에는 꽤 강박적으로 생각한 것 같다. 예를 들면 누군가 사고를 당하거나 아파도 ‘괜찮아, 나을 거야’라고 말하는 ‘괜찮아 병’이라고 할까. 20대 때 힘들게 살아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사회에 발을 디디면서 무서운 것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면서 그렇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분명 걱정하고 더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 있는데 내가 그렇게 하지 않으니까 가끔 와이프가 ‘왜 다 괜찮다고 하느냐’는 말을 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면, 지금은 마음속부터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그렇게 된 것 같기도 하다.”

ⓒ 연극열전
ⓒ 연극열전

‘톡톡’ 속 인물들은 강박증을 완치하지 못한다. 다만 찰나의 순간 극복하는 모습이 비쳐지면서 긍적적 결과를 상상하게 만든다. 극의 메시지가 녹아있는 이 장면에 대해 오정택은 “강박증 치료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니”라고 말한다.

“극 중 인물들의 긍정적 결과를 기대해도 되지만, 낫는다는 자체가 중요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내가 관객의 입장에서 어떤 작품을 볼 때 내 상황을 작품에 대입해 비춰보게 되는데, 그 바탕으로 볼 때 강박증이 치료되고 없어지는 것보다 중요한 건 누군가 옆에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진정한 것 말이다. 개인적으로 작품이 관객에게 교훈을 전달하려고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생각해!’라는 강요보다 관객이 작품을 보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그렇게 받아들이면 좋겠다. 그래서 굳이 결말을 말하는 건 조심스럽다. 최근 한 관객분이 ‘릴리와 밥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두 사람의 삶을 떠올려보면 아마 릴리가 선 밟지 못하는 밥을 업고 다니지 않을까 생각한다.”

밥은 ‘그룹 치료’에 대한 실마리를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다른 환자는 전혀 몰랐던 부분에 대해 홀로 전화로 안내를 받았다고 말하는 그가 프레드와 연결고리가 있는 건 아닌지 묻자 오정택은 “그렇죠? 그렇게 보이죠?”라며 웃어 보인다.

“프레드와 연결고리는 전혀 없다. 밥은 그저 이전에 한 번 그룹 치료를 받아본 것뿐이다. 그런 작은 단서 때문에 밥을 ‘스텐박사가 데려온 조교인가?’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잘 보면 밥이 막힐 때마다 프레드가 뭘 하나씩 던져준다. ‘모노폴리를 해보자’ 같은 말,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을 프레드가 도와준다. 그런 면에서 프레드와 연결되어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아니다.”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무대가 이어지며 극강의 코미디가 펼쳐지는 가운데 밥은 릴리(동어반복증)와 사랑에 빠진다. 언제부터 릴리에게 스며들게 된 걸까.

“릴리에게 빠진 건 처음 두 번 말한 걸 인지했을 때부터다. 처음에는 모르다가 자기소개할 때 알게 되는데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생각하면서 빠져든다.”

오정택은 이때까지 강한 역할을 많이 맡아왔고, 잘 소화했다. 그런데 ‘톡톡’에서 릴리를 바라보는 모습에서 달콤함과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색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그는 “같이 연기하는 릴리 배우들에게 각기 다른 예쁨이 있어서 기분 좋게 바라볼 수 있다”고 공을 돌린다.

“세 릴리의 매력이 다르다. (노수)산나는 수더분한 매력이 있다. 문진아 누나는 응축되고 정리된 귀요미다. 강연정은 어른 애 같은 산뜻한 느낌이 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그런 모습이 나오게 된 것 같다.(웃음)”

‘톡톡’은 혼자가 아닌 우리, 개인이 아닌 공동의 연대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평소 오정택이 느끼는 ‘혼자가 좋은 순간’과 ‘함께여서 좋은 순간’이 언제인지 물었다.

“예전에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고 잘 즐겼다. 취미가 자전거 타기였는데, 인천에서 합정동까지 자전거를 타고 오기도 했다. 그런데 결혼 후에는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느끼지 못한다. 아직 혼자 있는 시간이 없어서 일 수도 있다. 집에 가면 아내가 있고, 연습 때마다 새로운 배우를 만나니까 매 순간 느끼고 발전하는 것 같다. 오히려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가 싶기도 하다.”

 

(인터뷰②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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