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사태]② 끝나지 않은 ‘파바사태’…당국의 칼날

김명신 기자 승인 2022.10.24 12:54 의견 0

편집자주=ESG 전문 평가 업체인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ESG 경영 성과와 기업의 재무 성과를 나타내는 수익성의 회귀분석 결과, ESG 종합 성과가 1년 후 기업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업의 생존이자 성장,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ESG 경영은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죠. ‘착한 소비’와 ‘가치 소비’ 등 환경을 생각하는 그린슈머들이 늘고 있는 점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지속가능성 이슈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이 주요 소비층으로 성장하면서 소비문화의 변화를 불러오고 있는 것이죠. 이들은 친환경, 공정성, 인권 등 ESG 이슈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주목합니다.

2018년 1월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파리바게뜨 제조기사 노사 상생 협약식이 진행됐다. (사진=SPC그룹)


이른바 ‘파바사태’가 5년째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2017년 고용노동부는 SPC그룹 계열사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 5300여명을 불법파견으로 사용했고, 임금체불액도 100억원이 넘는다는 사실을 적발해 시정 명령했다.

2018년 1월 SPC와 민주노총·한국노총 노조,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가맹점주협의회 등 7자가 참여해 직접고용 대신 자회사를 통한 고용 방식과 급여와 노동환경의 개선 등을 골자로한 11개항의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서 일단락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들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SPC 측은 사회적 합의 이행 완료 입장이지만 파리바게뜨 사회적 합의 이행 검증위원회 측은 입장이 다르다. 11개항 중 이행한 것은 2개뿐이라는 주장이다. 검증위는 조돈문 학술단체협의회 공동대표를 위원장으로 법조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한 16명의 검증 위원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4월 1일 SPC는 ‘사회적 합의 이행 완료’ 선포식을 개최하며 사회적 합의를 이행 완료했다고 밝혔다. SPC그룹은 자회사 피비파트너스를 설립해 제빵기사들을 직접 고용했고, 제빵기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사측과 노조, 가맹점, 시민단체, 정당 등 이해당사자 8곳이 참여한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임종린 파리바게뜨지회장은 ‘사회적 합의’ 이행과 ‘파리바게뜨 노동자 인권보호와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53일간 단식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까지도 ‘사회적 합의’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SPC그룹이 파리바게뜨 소속 제빵 기사들과 약속한 사회적 합의가 이행됐다며 민주노총이 사용 중인 ‘합의 미이행’ 문구를 사용해선 안 된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 전보성)는 파리바게뜨가 사회적 합의를 일정 수준 이행했다고 판단해, SPC그룹이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오인할 수 있는 문구를 사용해선 안 된다고 화섬노조 측에 주문했다.

(사진=SPC그룹)


오너리스크까지 겹친 ESG 악재

허영인 회장이 직접적으로 사과하고 나선 배경에는 잇단 사고에 따른 비판 여론도 있지만 ‘오너 경영’을 둘러싼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21일 열린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지난해 던킨 안양 공장 위생 문제는 오너리스크 아니냐”고 추궁했다.

SPC그룹 유일한 상장사는 SPC삼립으로 허영인 회장이 4.64%, 장남인 허진수 사장이 16.31%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차남 허희수 부사장은 11.94%를 보유 중이다.

SPC삼립의 최대주주는 파리크라상이며 40.66%를 보유하고 있다. 파리크라상은 비상장사로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한다. 허영인 회장이 63.5%를 보유해 최대 주주이고, 허진수 사장이 20.2%, 허희수 부사장이 12.7%, 허 회장의 부인 이미향 씨가 3.6%를 소유하고 있다.

또한 당국의 고강도 관리 감독 타깃이 된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룹 경영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는 시선이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일 사고에 대해 언급하며 정확한 사고 경위를 지시했고 고용부 경기지청은 평택에 위치한 SPC그룹 계열사 SPL 본사 사무실에 대해 경찰과 합동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SPC그룹을 대상으로 강력한 산업안전보건 기획 감독을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예방하고 더 안전한 산업 현장을 만들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SPC그룹의 식품·원료 계열사를 대상으로 현장의 유해·위험요인뿐 아니라 안전보건 관리 체계 등 구조적인 원인을 점검·개선 지도하기로 했다. 계열사 SPC삼립, 파리크라상, BR코리아, 샤니, 호남샤니, 에스팜, 설목장, 샌드팜, 호진지리산보천, 오션뷰팜, SPL, SPC팩(Pack) 등이 대상이다.

한편 SPC의 또 다른 악재는 검찰이 SPC 그룹의 ‘계열사 부당 지원’ 의혹 사건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최근 참고인들을 소환하는 등 사건 수사를 재개했다.

공정위는 2020년 7월 SPC그룹이 SPC 삼립에 7년간 총 414억원의 이익을 몰아줬다며 6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허영인 회장과 조상호 총괄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와 계열사 3곳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SPC 계열사인 샤니 소액주주들이 상표권 무상제공·판매망 저가양도 등 부당지원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허 회장 등 총수 일가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검찰은 SPC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후 일부 직원만 참고인 조사를 하는 데 그쳤지만 지난 5월 검찰 지휘부가 교체되면서 본격적인 수사에 속도가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 회장은 향후 3년간 1000억원을 안전관리에 투입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불매운동에 노사갈등, 계열사 부당 지원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ESG경영에는 직격탄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SPC가 환골탈태 수준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SPC 사태]① ESG 경영 평가 무색한 ‘상생相生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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