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ESG·그린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 ② [ESG SK그룹]

김명신 기자 승인 2023.03.06 12:49 의견 0

편집자주=최근 발표된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명 중 1명은 ‘제품 구매 시 기업의 친환경 활동 여부’를 고려하고 있으며 10명 중 9명은 향후 ‘친환경 제품의 구매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기업들이 해야 할 사회적 책임에서 ‘환경’ 부분이 매우 중요해진 셈이죠. 무엇보다 기업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경제적 성장 중심이 아닌 사회, 환경에 대한 책임 등 가치 창출이 기업가치와 기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조사결과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진=SK그룹)


“인류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기업이 앞으로 선택받게 될 것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이 같이 언급했다.

최 회장은 특히 앞으로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로 지구와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를 꼽으며 “기후변화, 질병, 빈곤 등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기업이 앞으로 인류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SK를 포함한 국내 기업들이 힘을 모으고 있는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활동 등을 계기로 ‘관계’의 범위를 넓히고 기후변화·양극화·디지털 격차와 같은 인류 공동의 문제를 풀어 나가자”고 제안했다.

최태원 회장의 이 같은 큰 그림은 SK그룹의 사업 확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산이 5조원 이상인 대기업 76곳 중 계열사가 가장 많은 회사는 201개를 보유한 SK그룹이다. 미래 주력 사업으로 낙점한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신규 회사 설립과 함께 인수·합병 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수소, 전기차, 바이오, 방산 등의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SK그룹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새로 편입한 8개 계열사 가운데 절반 이상은 수소 등 에너지 관련 회사다. SK가스·롯데케미칼의 수소 합작법인인 롯데에스케이에너루트, 울산에너루트 1호·2호 등을 비롯해 폐기물 처리 업체인 제이에이그린과 재활용 플라스틱 제조 업체인 DY인더스,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제작 업체인 삼강엠앤티(현 SK오션플랜트) 인수 등이 대표 사례다.

특히 ESG 경영 추진에 따른 친환경 사업 등의 영향으로 이와 관련된 상당수 회사들이 편입되면서 계열사 포트폴리오에 전반적으로 변화가 이뤄지게 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최태원 회장, ESG·그린사업에 진심인 이유

최종현 선대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SK 부자가 50년 간 추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가 있다.

최종현 선대회장(이하 선대회장)은 “기업 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것으로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신념으로 조림과 인재양성에 집중하며 ESG 경영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들 최 회장은 선대회장 유지를 이어받아 탄소감축 경영과 비즈니스 모델 혁신, 이사회 중심 경영을 펼치며 ESG 경영을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시켜 나가고 있다.

선대회장은 무분별한 벌목으로 전국에 민둥산이 늘어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다 1972년 서해개발주식회사를(현 SK임업) 설립한 뒤 천안 광덕산, 충주 인등산, 영동 시항산 등을 사들여 국내 최초로 기업형 조림사업을 시작했다.

선대회장은 임야 매입을 부동산 투자로 바라보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수도권에서 거리가 먼 지방의 황무지를 사들였고 자작나무 등 고급 활엽수를 심어 산림녹화에 나섰다. 이런 노력으로 50년 전 민둥산은 4500ha 걸쳐 400만 그루의 나무가 심어진 울창한 숲으로 변신했다. 선대회장이 조성한 숲은 서울 남산의 40배 크기에 달한다.

선대회장이 심은 나무는 인재양성의 밑거름이 됐다. 그는 자원이 부족한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양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조림에서 발생한 수익을 장학사업에 사용키로 했다. 경영이 어려워지더라도 나무에서 나온 수익금으로 장학금에 사용, 지속가능한 장학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다만 나무를 키워 현금화하는데 긴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 선대회장은 우선 사재 5540만원을 출연해 1974년 11월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했다.

재단 설립 뒤에는 ‘세계 수준의 학자 양성’이라는 목표 아래 매년 유학생을 선발, 해외로 보냈고 학비와 생활비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학위 취득시 SK 근무와 같은 일체의 조건도 달지 않았다. 1974년부터 시작된 고등교육재단 장학사업은 IMF와 세계금융위기 등 극심한 경제위기에도 계속됐고 현재까지 장학생 4000여 명과 박사 820여 명을 배출한 ‘인재의 요람’으로 성장했다.

1970년대 일요일 아침을 깨웠던 장학퀴즈도 SK의 대표적 인재양성 프로그램이다. 선대회장은 1973년 장학퀴즈가 광고주를 찾지 못해 폐지 위기에 처하자 “청소년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이라면 단 한 명이 보더라도 조건 없이 지원하겠다”며 단독 광고주로 나선 이후 2300여 회가 방영된 현재까지 50년 가량 후원하고 있다.

최 회장은 ESG를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원을 삼고 경영체질의 전반적인 혁신을 추진하는 등 SK는 최근 ESG 관련해 가장 분주히 움직이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SK는 “최 회장이 관계사 각각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과 환경 스토리를 만들어야 하고 남들보다 빨리 움직여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주문한 뒤 2050년까지 사용전력의 100%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RE100에 국내 기업 최초로 가입했다.

이어 2050년 이전까지 넷제로를 조기에 달성하겠다고 결의한 뒤 2030년 기준 전세계 탄소감축 목표량(210억톤)의 1%를 SK가 줄이겠다고 공표했다. 이를 위해 SK는 글로벌 테크기업과 친환경 기술 생태계를 구축했고 세부적으로 실천할 방법론과 구체적 목표치를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등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특히 SK는 최근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면서 최 회장이 강조한 넷 제로 경영을 구체화하고 있다.

SK는 2020년 말 수소사업추진단을 조직한 뒤 그룹 내 에너지 인프라를 활용해 수소 생산과 유통, 공급에 이르는 밸류 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또 플러그 파워 등 수소 관련 글로벌 기업에 대한 투자도 늘려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등 전통적 에너지 기업은 전기차배터리와 친환경·신재생 에너지기업으로 변신중이고 과거 필름 회사였던 SKC는 2차전지 소재인 동박을 제조하는 그린 기업으로 전환했다. SK건설은 23년만에 사명을 ‘건설’에서 ‘에코플랜트로 바꾸고 친환경 기업으로 다시 태어났다. 또 친환경 사업 강화를 위해 관련 인력과 역량은 한 곳에 모은 ‘SK 그린캠퍼스’를 지난 1월 오픈했고 연구·개발에 집중할 ‘SK그린테크노캠펴스’도 2027년 출범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국내 기업 최초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인정한 탄소배출권을 확보했고 파푸아뉴기니와 스리랑카 등 해외에서도 탄소배출권을 확보하는 등 K-Forest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이밖에도 최 회장은 ESG 경영을 함께 할 인재 양성을 위해 연세대와 강원대에 ESG 관련 강좌를 개설했고 지난 해에는 연세대 등과 함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며 사회문제를 해결할 혁신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SK그룹)

선대회장은 환경과 사회 외에 국내 최초로 체계화된 경영시스템을 도입, 지배구조 선진화를 꾀했다. 선대회장은 기업이 대형화·세계화되고 사회구조가 복잡해짐에 따라 주먹구구식 경영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SK의 경영철학과 목표, 경영방법론을 통일되게 정의하고 업무에 똑같이 적용할 수 있도록 1979년 SK경영관리시스템(SK Management System)을 정립했다.

경영관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던 시절 SKMS는 경영관리 요소와 일처리 방식 등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 기업 경쟁력을 강화한 사례라는 평가를 받았다.

선대회장이 정립한 SKMS는 경영환경과 사회적 요구에 맞춰 2020년 2월까지 14차례 개정을 거쳤고 최 회장은 기업 경영 목표에 이해관계자와 구성원 행복, 사회적 가치 추구 등을 반영시키면서 사회와 공생하는 기업으로 지배구조를 변화시켜 나갔다.

특히 최 회장은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시장의 장기적 신뢰를 이끌어 내기 위한 방법론으로 거버넌스 스토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를 위해 최 회장은 이사회 중심 경영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최 회장은 SK의 이사회가 최고경영자(CEO)를 평가·보상하고,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하거나 중장기 성장전략을 검토하는 실질적 권한을 부여했다. 또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에게 맡기는 등 내용과 형식면에서 외부인사가 중심이 된 이사회 경영을 펼치고 있다.

실제 지난 해 8월 SK㈜ 이사회에서 최 회장이 반대표를 던지 해외투자 안건에 나머지 이사들이 찬성, 해당 안건이 가결되거나 SKC의 경우 2차전지 음극재 시장 진출을 위해 추진한 해외투자 안건이 부결되는 등 이사회가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선대회장은 기업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것이라는 신념으로 산림과 인재를 육성해 사회와 국가의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을 이어받아 ESG 경영을 더욱 고도화해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더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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