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왕복서간' 준이치 역 김규종·황성훈 "과거와 현재, 핵심은 우린 '같은 사람'"

성인-어린 준이치 역 김규종-황성훈
한 무대에 담아내는 과거와 현재, 독특한 구성
서로에게 전하는 메시지

김은정 기자 승인 2019.11.08 16:43 | 최종 수정 2019.11.13 16:10 의견 0
ⓒ 벨라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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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데일리 김은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연극 ‘왕복서간’은 현재와 과거의 교차를 한 무대에 담아내며 긴장감을 한층 더 살리고 인물의 감정선을 깊고 섬세하게 표현한다. 주인공 준이치와 마리코에 성인-어린 배우가 따로 존재하기에 가능한 구성이다. 이들은 긴밀한 연계성으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이야기를 명확하게 그려낸다. 같지만 다른, 또 다르지만 결국 하나인 성인 준이치 역 김규종과 어린 준이치 역 황성훈을 함께 만났다.

준이치는 15년간 비밀을 간직한 채 마리코와 연인으로 지내오다가 홀연히 오지섬으로 봉사활동을 떠난다. 약 두 달이라는 시간 동안 복잡한 심리의 준이치를 연기한 두 사람은 어떤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을까.

김규종(성인 준이치) 처음 대본을 읽고 준이치가 비겁하다고 생각했었다. 원작을 읽고 난 뒤에는 정말 마리코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고 느껴졌다. ‘그렇게까지 해야 했나’ 생각도 들면서도 한편으로 ‘더 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마음도 들었다. 무엇보다 나는 준이치가 안쓰러웠다. 비밀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지켜오다가 거짓말까지 하는 상황이 15년간 이어져 온 거잖나. 나였다면 더 끝까지 갔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불 지를 용기가 없어서 이야기가 시작될 수 없다.(웃음)

황성훈(어린 준이치) 캐릭터에 접근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성인 준이치까지 분석해야 했기에 한 발자국 떨어져 인물을 보려고 했다. 굉장히 마음 아픈 부분이 많았다. 15년 동안 비밀을 숨겨온 준이치는 마리코를 보며 한순간도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았다. 15년이라는 시간이 숫자 이상으로 나에게 크게 느껴졌다.

김규종 성인 준이치가 현재 말하는 내용은 어린 시절을 토대로 한다. 이 때문에 어린 준이치 시절 ‘이렇게 행동하는구나’를 많이 보고, 대사로 표현하지 않는 부분에서는 정서적으로 유추를 많이 했다.

ⓒ 벨라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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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에 초연 무대를 올린 ‘왕복서간’은 약 5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을 두고 재연으로 돌아왔다. 초연 당시부터 업그레이드를 염두했다고 밝힌 대로 재연 무대는 준이치와 마리코의 관계 및 사랑에 더 중점을 뒀다. 초연보다 이해도는 높아졌지만 일본 문학 특유의 감성이 진하게 남아있기에 표현하는데 더 신경을 기울이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했다.

김규종 확실히 일본의 이미지가 있다. 나도 대본과 책을 읽으면서 일본 감성이 많이 묻어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표현은 우리가 하는 거고, 문화적으로 느끼는 교집합 점은 분명히 있다. 그런 것들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진솔하게 준이치를 보여주려고 했다. 서사에 있는 준이치보다 ‘나라면 어땠을까’를 떠올려봤다. 원작과 다른 준이치가 되었을 수도 있지만 동료들이 힘을 주어 내가 만든 방향을 믿고 다가갔다.

황성훈 작품을 공부하고 알아가는 과정에서 일본 정서와 상황도 함께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접근할 때 불편한 점은 없었다. 사람이 연기하고 표현하는 거잖나. ‘이 인물이 왜 여기서 이렇게 할까, 사람이라면 이렇게 했겠지’ 같이 본질에 더 집중했다. 관객분들도 그와 같은 본질에 집중하면 조금 더 편하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품에서 두 사람은 편지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런데 성인 준이치의 시선은 관객을 향하고, 어린 준이치는 직접 마리코와 소통한다. 회상 장면이 마치 극중극처럼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한데, 서로의 존재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물었다.

황성훈 성인 준이치는 편지가 대화의 매개이다 보니 대화하는 부분이 없고, 어린 준이치는 상황을 보여주기 때문에 극중극처럼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핵심 포인트는 ‘같은 사람’이라는 거다. 성인-어린 준이치가 무대에서 눈을 마주치는 순간이 딱 한 번 있는데, 2장에서 마리코가 싸움을 말린 후 ‘네가 무슨 상관이냐’며 경멸하는 순간이다.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시선이 마주친다. 이 장면을 포인트로 생각해보면 ‘이때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 맞는 선택이었을까?’ 고민하게 된다. 결국 성인-어린 준이치는 한 사람이기에 서로 질문도 많이 하고 기대기도 하는 ‘협력적인 관계’라고 볼 수 있다.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관계인 것 같다.

김규종 어려운 질문이다. 표현해보자면 어린 준이치는 성인 준이치에게 보호막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과거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다. 저지른 일에 대해 후회가 되더라도 지나온 거고,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걸 보면 멀리서 봤을 때 후회를 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그렇게 하지 말걸’이라고 생각하지만, 마리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것이니까 끌어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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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비밀을 지켜온 준이치는 편지로 거짓을 전한다. 긴 시간 동안 마리코를 위해 진실을 묻어왔던 그가 왜 끝내 자신이 못된 사람이 되어 두 사람의 관계를 끝내려고 했는지 물었다.

김규종 대본을 보면 거짓말 편지 마지막에 ‘당신도 자유’라는 말이 적혀져 있다. 시효가 끝난 시기다. 어쩌면 준이치는 마리코가 기억해냈으면 하는 생각으로 편지를 보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기억을 떠올릴 것 같으니까 ‘너에게는 그런 고통이 없었으면 좋겠어, 내가 한 거야, 괜찮아’ 같이 된 거다. 이미 시효가 지난 일이 되면 주변에서 괴롭히지 않을 것이고, 더 질문도 없을 거다. 이전까지는 ‘사랑하니까 보내준다’는 상황이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준이치는 정말 사랑하니까 보내주는 거다. ‘너는 괜찮아, 너는 편했으면 좋겠어’라면서. 준이치는 자신이 불씨가 될 수 있으니 그 연결고리를 끊어내려고 했던 거다.

두 사람에게 준이치처럼 누군가를 위해 15년이란 긴 시간 동안 비밀을 지킬 수 있겠느냐고 묻자 “쉽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

김규종 나는 ‘이거 비밀인데~’ 하고 누군가에게는 말할 것 같다. 비밀을 나만 가지고 있다는 게 무섭잖나. 그러니까 다른 이에게 말하고 ‘괜찮아’라는 말을 들을 것 같다. 장기간 비밀 지키기는 못할 것 같다.

황성훈 지금도 혼자만의 비밀은 없다. 한 명이라도 알고 있다. 15년간 어떻게 비밀을 숨길까, 그 자체가 쉽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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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준이치와 마리코가 편지를 주고받게 된 이유는 준이치가 멀리 떠났기 때문이다. 자원봉사를 이유로 먼 오지로 떠난 준이치를 전부 이해하고 공감하기 힘든 것이 사실인데, 결국 떠난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김규종 나도 그 부분에서 ‘’준이치가 비겁한 건가, 겁쟁이인가, 도망가는 건가’ 생각했다. 하나씩 집어가며 올라가보니 사건에는 시효가 있잖나. 이 작품을 하며 알게 됐는데, 사건 시효가 끝나기 전 해외에 나가면 그 기간이 연장된다. 피해자 신분, 용의자 심문을 받은 사람 등이 모두 그 사건 시효 안에 해당된다. 마리코는 조금만 버티면 시효가 끝나는 거였다. 준이치는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걸 연장할지, 아니면 기뻐할지 고민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준이치가 먼 섬으로 떠났다고 나오는데, 결단을 내야 하니 거리감을 두려 했던 건 아닐까도 생각했다.

황성훈 나는 준이치가 마리코에게 말을 하기 위해 떠났다고 생각한다. 연습하면서 에녹 형님이 ‘숨기고 싶으면 가만히 있었겠지’라고 말했다. 가만히 보면 사건 이야기도 준이치가 먼저 꺼낸다. 그런 바탕에 의해 애초부터 준이치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하게 됐다. 15년 동안 숨겨온 건데 마리코가 이해해줄지 아닐지도 모르는 상황이잖나, 게다가 사건 얘기를 꺼내려 물꼬를 터볼까 했다가 거짓말로 무마하려고 하고, 그래서 멀리 떠났던 것이 아닐까.

성인-어린으로 나뉘었지만 김규종과 황성훈은 준이치라는 한 인물을 연기한다. 서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며 캐릭터를 구축했을까.

김규종 특별히 어떤 이야기를 나눈 것보다 어린 준이치와 가즈키, 야스타가가 만드는 과정을 보면서 이해하고 관계를 파악했다.

황성훈 대사가 유독 많은 작품이다. 배우들이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극의 흐름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결을 맞추기보다 각 배우가 표현하고자 하는 본질과 명확하게 드러내야 할 부분을 잘 지키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어린 준이치는 황성훈, 진태화가 번갈아 연기한다. 황성훈은 후배이자 동생, 진태화는 동세대 동료로 다른 느낌이다. 김규종에게 ‘두 사람의 매력이 어떻게 다른지’ 묻자 황성훈을 향한 칭찬이 쏟아진다.

김규종 둘 다 너무 좋다. 성훈이는 특히 감정이 정말 좋다. 스케줄을 맞추다보니 성훈이와 늦게 첫 공연을 함께했는데, 리허설부터 좋다고 생각했다. 넘어지면서 ‘도와줘 준이치’하는 장면에서 내가 울컥했다. 그 감정선이 좋았다. 맑고 땅땅한 목소리로 올곧게 말하다가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볼 때 마리코를 향한 마음이 다 드러난다고 생각했다. 나는 성훈이의 표정을 좋아한다. 굳은 얼굴로 라이터를 집어들었을 때도 마음에 ‘퍽’하고 왔다. 야스타카를 불러내 ‘너는 살인자다’라고 하는 부분에서는 너무 밉기도 하다. 태화랑 하다가 성훈이와 함께했을 때 마치 다른 극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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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준이치가 교복을 입은 어린 준이치에게 하고 싶은 말

김규종 잘했다. 멋지다. 준이치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성인이 된 나는 평생 후회했을 거야. 속상하고 후회되긴 하지만 그 결단이 최선이었다고 생각해.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때처럼 행동해줬으면 좋겠어.

FROM. 어린 준이치 TO. 미래의 준이치에게 보내는 편지

황성훈 성인 준이치에게, 그동안 우리가 했던 행동, 말투, 그 모든 거짓말, 이게 최선이었다. 그러니 결과가 어떻게 될지라도 지금은 서로가 서로에게 잘했다고 해주자. 그동안 고생했다. - 어린 준이치로부터

11월 17일 막 내리는 연극 ‘왕복서간’ 관람 독려 한 마디

김규종 이 작품의 매력 가운데 하나가 편지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편지가 사라졌다. 나는 감사하게도 팬레터를 받고 읽을 수 있는데, 그런 아날로그적 감정과 사랑 이야기를 통해 주변의 소중한 사람을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신을 지켜주는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는 작품이다. 꼭 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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